박소영 / parksoyeong@snu.ac.kr 우리는 도시에서 살아간다. ‘우리’가 인간이든 인간이 아닌 또 다른 존재든, 이는 참이다. 인류의 55%, 대한민국 인구의 92%가 도시에 거주한다는 통계는 도시의 지구적 위상을 보여준다. [1] 그러나 이 숫자는 동시에 도시 바깥에 아직 ‘남은 공간’—통계 속 인류의 45%와 대한민국 인구의 8%가 거주하는 영역—이 있는 듯한 착시를 일으킨다. 하지만 통계상 도시란 인구 밀도를 기준으로 한 행정적 분류일 뿐이다. 사실상 도시는 지구를 지배한다. 도시는 마치 블랙홀처럼 농촌, 산지, 해양을 포함한 지구 전역의 자원을 빨아들이고 또 폐기물을 내뱉는다. 산간벽지에 사는 존재들조차 도시에 의한, 도시를 위한 경제 활동의 영향권 안에 있다. 라면 팜유를 위해 아마존 나무가 잘리고, 매연이 피어오르는 가운데 빙하가 녹아내리는 상황에서 도시의 바깥이란 정말 존재할까? 행성적 도시화 속에서 도시는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 그 자체다. [2] 도시라는 세계는 인간만의 것이 아니다. 인간 너머(more-thanhuman)로 확장하는 인문학, 특히 환경사, 인문지리학, 다종인류학, 과학기술사회학(STS)은 도시가 ‘인간적인 것’과